커플마저 질투나게 하는 염장질 [내 사랑 내 곁에]

내 사랑 내 곁에(2009)

감독 박진표
출연 김명민(백종우), 하지원(이지수), 남능미(주옥연), 김여진(손영찬 박사), 손가인(서진희)


영화를 보다가 첫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은 김명민도, 하지원도 아닌 남능미가 맡은 6인실의 환자 부인 주옥연이었다.(물론 영화 볼 땐 배역 이름 몰랐고, 보고나서 정보를 찾아본 것)
전사를 친절히 읊어준 두 주인공의 사연이 아닌, 대체 몇 년 동안 누워있었을지 모르는 남편의 곁에 늘 붙어 있는 '본드 할머니'. 이 할머니야말로 영화 제목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가.
첫 등장도 마치 병원 직원처럼 백종우(김명민)가 첫 입원했을 때 식사 쟁반 치우는 모습이었듯, 분명 영화 안에 나온 것 이상의 꽤 드라마틱한 전사(前事)가 이 할머니 캐릭터에 있었을 것 같다.


"으이구, 인간아. 그렇게 괴롭히고 날 또 괴롭혀. 으이구, 인간아."
(기억에 의존해 쓴 거라 정확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이런 비슷했던 대사;)

중반부 이후에 할머니가 울먹이며 말하는 이 장면만 봐도 본드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의 숨은 사연에 대해 머릿속에서 줄줄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제목부터 모든 것이 그야말로 '러브 스토리'임을 표방하고 있는데, 후반부의 눈물나게 만들기 작전의 포석을 단단히 깔아두기 위함인지 앞부분에 두 사람의 염장질이 제대로다.
늘보군과 함께 봤음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이 두 사람의 염장질에 닭살이 어지간히......쿨럭;;; 뭐 제목이야 그럴싸하게 해보겠다고 '질투나게 하는'이라고 썼지만 실제 질투가 난다기 보다는 "좋을 때다~"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_-

알고 보면 만든 영화가 다 러브 스토리인 박진표 감독은 음...... 나와는 감성 코드가 썩 잘 맞지는 않는 것 같다.
<죽어도 좋아>는 못 봤고, <너는 내 운명>은 뒤늦게 봤는데 소문만큼 슬프지도 감동적이지도 않고 생각보다 이야기 진행은 루즈해서 그냥 그랬던 기억이 있다. 근데 <내 사랑 내 곁에>는 김명민의 혼신의 살 빼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연일 나오니 '어라 이거 안 보면 안 될 거 같아'(;) 모드가 되어 때는 또 가을이고 하니 극장에서 본 것인데 음...... 박진표 감독과 나와의 맞지 않는 궁합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그래도 자시 이 감독 영화 안 볼 테야! 하는 정도는 아니고 다음에 또 볼 가능성은 충분히 남은 채로......
단지 박 감독님은 날 감동시키지 못했을 뿐;
(그리고, 박 감독님 중간에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한 장면 따라한 거 너무 티났어요. 좀 실망이었음.
그 영화 유명한데 그런 장면을......오마쥬 같지는 않아 보였고. 괜히 그 장면 이후로 자꾸 <그녀에게> 생각나서 영화 몰입에 방해만 됐음;)

아무래도 인간적으로 참 약해질 수밖에 없는 소재와 상황인 터라 영화를 보며 그래도 눈물을 안 흘릴 수는 없었는데(물론 나에 국한된 이야기. 슬픈 얘기로군...하면서 볼 수도 있지만 충분히 안 울 수도 있다.) 그래도 아, 정말 정말 슬프다...엉엉...이런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홍보 방식에서도 느껴지지만 일단 루게릭 병이라는 정말 지독하게 끔찍한 병이라는 소재와 거기서 파생될 걸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에피소드들에서 소위 말하는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보니 그 외의 요소가 사실 잘 눈에 들어오지 않기도 했다. 신파일 거 알고 가서 본 거라...

그리고 그 고생하는 걸 짬짬이 보며 나도 이런 말은 하기 싫었는데 ㅠ_ㅠ
김명민이 그렇게 살 빼며 고생도 많이 했는데 불구하고......생각보다 재미나 감동이 없......(이하 생략. 죄송해요 명민좌)
근데 정말 나중에 51킬로그램까지 살이 빠진 형상을 보고 있자면 그 마른 몸만 보고도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진짜 다른 거 하나 없이 그 마른 몸만 보고도.

연기에 대해서 가장 튀게 느껴졌던 배우는 무미건조하면서도 날카롭고 진짜 의사로 착각해도 좋을 만한 연기를 한 김여진이었다. 원래 연기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묻어가면서 연기 잘 하는 배우는 참......영화에 많은 도움을 주는 듯. 관객보다도 감독들은 정말 고마워해야 할 듯. 솔직히 영화가 좀 더 다큐식으로 갔으면 했는데 그보다는 멜로 드라마 성향이 강해 몇 군데 인위적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그걸 가장 많이 상쇄시켜준 것이 의사 캐릭터를 연기한 김여진이 아니었나 한다. 병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도 그렇지만, 종우의 무릎에 반사 신경 테스트하고 양쪽 팔 얼마나 들 수 있나 테스트했던 부분은 진짜 의사들 같았다. 왠지 늘 부루퉁하게 말하는 것 같으면서 피곤에 쩔어 있는 의사;

영화가 끝날 즈음 여자 목소리 버전의 '내 사랑 내 곁에'가 흘러나오는데, 원곡인 김현식 버전의 '내 사랑 내 곁에'가 흘러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더 애절했을 텐데. 김현식의 갈라진 목소리로 내지르는 노래는 듣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찌르르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총평
무난하게 볼 가을 영화로는 괜찮지만 명작이라거나 정말 감동적이라거나 하지는 않았다.(군데군데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도 꽤 있지만......)
확실히 경쟁작이 적었던 이번 추석 시즌 운을 많이 탄 영화인 듯. 조만간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해도 극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줄 평: 그냥 신파는 아니길 바랐는데......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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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 2009/10/09 12:27 | 영화보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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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n at 2009/10/13 22:02
슬픈영화는 좀 무서워하기까지 하는 1인.
아..명민좌는 왜 이렇게 힘든것만 찍을까요.
베바같은 거 하나만 더 찍어줬으면 좋겠어요.ㅜㅜ
작년 이맘땐 베바때문에 행복했었는데..
Commented by 조제 at 2009/10/14 02:43
갑자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는 명민좌의 드라마를 모두 본 게 하나도 없군요;
사실 전 그의 연기를 평가할 자격이 미달이네염 흠흠;
제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셨으면...아직도 살이 붙지 않아서 너무 안쓰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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